BL대표님의 마스터피스

로떙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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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콜렉터인 출판사 ‘대나무 숲’ 대표 주원은 이모로부터 의미심장한 그림을 유품으로 받는다. 오래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평범한 소년의 그림. 모델이 누구인지도, 작가가 누구인지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감정평가서에는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오천 원만 나왔는데. 그런데 왜일까, 자꾸만 이 그림이 움직이는 것 같다. *** “현행범이니까 빨리 합시다. 아니면 변호사 부를 거예요?” 변호사를 부르라니. 해름이 아무리 오백 년 전 그림에 갇힌 존재라고 해도 변호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백 년 묵은 수호령을 변호해 줄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 그냥 고백하자. 해름은 생각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 자기가 그림 속에 깃들어져 있는 최주원의 수호령이라고 고백하자. 해름은 손을 내리고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용기를 내어 입을 뗐다. “저, 저는. 저….” “꼭 제가 여기 있어야 합니까?” 하지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주원에 해름은 다시 입을 꽉 다물고야 말았다. “범죄자 주제 우는 꼴을 보기도 싫고, 징징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역겹네요. 한 자리에 같이 있는 것도 불쾌하고요.” *** “내가 너랑 꼭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 봐. 나도 귀신이랑 살면서 얻는 게 있어야지.” “저는 수호령이라니까요! 집주인님을 지켜드릴 거예요!” 해름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주원을 향해 다짐했다. “내 몸은 내가 지켜. 그거 말고.” “외롭지 않게 해 드릴 수 있어요!” “별로. 나는 그다지 외로움 안 타서.” 자신의 장점을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그림 속 귀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엉금엉금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그림 속에서 꼼지락거리더니 이제는 얇은 종이 뭉치 하나를 들고 나와 주원에게 쏙 밀어 줬다. “이건 송화가 집주인님을 공략할 마지막 열쇠라며 남겨 준 건데요. 한번 보시죠.” 열 페이지 남짓한 원고를 받아 본 주원은 턱을 쓸며 해름을 올려봤다. “제가 좀 믿고 지낼 수 있는 관계가 될 것 같으면 나머지 원고도 넘겨드릴게요.” 그토록 찾아대던 이모의 유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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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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