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뱅뱅

레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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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완은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미국으로 훌쩍 떠났던 윤겸과 6년 만에 재회한다. 6년 만의 재회로 인한 서먹함은 잠시. 윤겸의 오피스텔에서 진탕 술을 마시고, 아침에 깨어나 보니…. 낯선 침대 위, 말할 수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고통. 혼란스러운 마음에 헐레벌떡 도망친 도완은 그날 저녁, 윤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충격에 빠진 다음 날, 도완은 익숙한 고통과 함께 윤겸의 사망 당일 눈을 뜨게 된다. 반복되는 하루. 반복되는 윤겸의 죽음. 도완은 윤겸의 죽음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고군분투하기 시작하는데…. *** “잠깐만.”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화장실 문고리를 힘주어 잡았다. “문 열고 씻어.” 내 말에 윤겸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눈빛도 심상찮았다.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다. 나는 도저히 그 시선을 올곧게 받아칠 수가 없어서 눈을 돌려 버렸다. “야, 오해하지는 마라. 꿈이 너무 안 좋아서… 불안해서 그런다, 뭐.” “…….” 내 말에 잠시 조용하던 윤겸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럴게.” 순순히 문을 열어 놓은 윤겸은 개의치 않고 웃옷을 벗어 던졌다. 나는 괜스레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걸음을 옮겼다. “도완아.” “어?” 그때 등 뒤에서 윤겸이 나를 불렀다. “혹시 꿈에서 내가 죽기라도 해?” “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물줄기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윤겸은 벌써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하고 있었다. 잘…못 들었나? 나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 욕실 안 불투명 창으로 비치는 윤겸의 윤곽을 보다가 주방으로 향했다. 윤겸이 말한 대로 선반을 뒤져 필요한 재료를 챙겼다. 그리고 엄마가 반찬과 함께 넣어 준 김과 전자레인지에 돌린 밥, 소금과 참기름을 챙기고 어제 술안주를 담았던 그릇을 씻어 냈다. 재료를 담은 그릇을 들고 화장실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철퍼덕 앉았다. 윤겸은 아무 일 없이 잘 씻고 있었다. 나는 중간중간 화장실을 보면서 김밥을 쌌다. 꼴이 이상했지만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그리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이대로 밤까지. 자정까지는 무조건 버티자. 이 일이 내가 예상하는 쪽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믿어야 했다. “이윤겸, 오늘은 내가… 너 꼭 살린다….” 김에 달라붙은 밥을 예쁜 모양으로 둘둘 감으며 다짐했다. 오늘은 이 밥풀처럼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윤겸의 곁에 딱 달라붙어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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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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