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커런트

산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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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는 제국의 토벌 정책에 희생된 토착 민족의 생존자다. 동생을 돌보며 힘들게 살아가는 커런트는 어느 날 모든 일의 원흉인 공작과 마주친다. 자신을 따라 공작저로 들어오라 명하는 공작. 동생을 지키기 위해 공작의 변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커런트는 공작가에 들어가 저택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으며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공작은 커런트에게 흥미를 보이며 그를 계속 곁에 두기 시작하는데……. * * * “인형이라니. 세상에. 그 무슨 네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냐.” “그럼…….” 머리를 매만지던 손이 커런트의 턱을 잡았다. 공작은 턱 끝에 손가락을 대어 커런트의 고개를 자신에게 향하도록 올렸다. 지옥불처럼 파랗게 불타는 눈이 커런트를 똑바로 응시했다. 이대로 구멍이 나 버릴 것 같다. 혼자만 겨울을 맞이한 듯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며 등허리가 축축해졌다. “너는 개다. 내 애완동물이다. 한때의 변덕으로 기르게 된 펫. 그게 네 위치다.” * * * “생일 축하한다.” 생일인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신경 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째서, 라고 생각할 것도 없다. 나를 좋아하니까. 공작은 저를 좋아한다고 했고 그 마음을 표현할 뿐이다. 여관의 헬라가 저에게 햄 한 덩이, 자두 하나를 더 넣어 주려 애쓰던 그 마음과 같은 것이다. 다만 그 표현의 크기가 다를 뿐.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이번엔 공작의 눈이 커다래졌다. 놀란 얼굴로 잠시 커런트를 쳐다보던 공작은 커런트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커런트는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공작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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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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