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이른 봄에 사는 뻐꾸기

디키탈리스

134

“자꾸 눈길이 가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네가 좋다.” 그것은 우림의 생애 첫 고백이었다. 상대를 착각한, 시작부터 잘못된 고백. “남은 1년 동안 수발 좀 들어.” “뭐?” “입막음 비용으로 이 정도면 싸다고 생각하는데.” 지렁이 옆구리 차는 소리 하네. 우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희태에게 애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니까 너 꼭 나 도와줘야 된다.” 밥맛 떨어지게 입꼬리를 올린 희태의 눈은 명명백백 비웃고 있는 것이었다. *** 술기운이 도니 마음의 빗장이 풀어지고 있었다. 좋은 감정뿐만이 아니라 원망의 고목에서 싹을 틔운 감정들도 탈옥하는 중이었다. 우림은 지독하고 질긴 인연으로 건물주가 되어 나타난 희태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내가 다시는 보지 말자고 안 했나.” “할 얘기는 없고. 동창으로서 네가 보고 싶어서.” “나쁜 새끼.” 소주 한 잔을 따라서 죽 마셔버리자 목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여자로서는 너만 한 사람이 없다 싶기도 했고.” 쓴맛을 없애기 위해 국물을 한술 뜨다가 그대로 고장이 나 버렸다. “또 나 갖고 놀지 마라. 이제 안 속는다.” “김종선이랑은 연락해?” “내가 왜.” 말문 막히게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그가 넥타이를 느슨히 풀며 말했다. “네 인간관계에서 제거된 게 나만이 아니잖아. 기왕 좆 되려면 다 같이 좆 되는 게 낫지.” 봄이 오니 마음도 분갈이하고 씨를 뿌리나 보다. 오래전 짝사랑했던 김종선을 삽으로 퍼낸 자리엔 한겨울에도 푸르를 독종이 자리 잡았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