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우는 화살

백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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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아요?” “전혀요.” 불사(不死)로 살아온 지 수백 년. 온갖 인간 군상을 겪어본 윤서였으나 자신을 죽인 자와의 재회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뻔뻔하게 웃는 저 남자, 심지어 검사란다. “죽지 않는 삶이란 건 어떤 기분이에요?” “흥미 본위의 무례한 질문도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의 고차원 생명체가 되는 기분이죠.” 불사를 들켜 버린 것에 초조하던 것도 잠시. 기이를 접했음에도 무덤덤한 수현의 태도에 윤서는 묘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윤서의 과거와 얽힌 사건들이 벌어지며 둘은 점차 가까워지는데……. ◆ 미리 보기 “이래 봬도 나름 고민이 많았어요. 분명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피한 걸까 하고.” 차수현은 이제 제 속내를 숨길 생각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빙빙 돌아가는 것을 관두고 직설적으로 찔러오는 칼날은 날카로웠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마주 보며 윤서는 어둠 속에 고고히 서 있던 창백한 살인자를 떠올렸다. 핏자국으로 가리기엔 애석한 아름다움이었다. “내가 꿈을 꿨거나, 드디어 미쳤거나, 아니면 평범한 카페 알바한테 날 속일 정도로 대단한 조력자가 있었거나.” 어떤 전제에도 오류가 있다. 기이를 마주한다는 것은 본래 그런 법이다. 있을 수 없는 전제를 제거하고, 주어진 사실에 입각해서, 모든 편견을 부정해야만 진실에 닿을 수 있다. 그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윤서는 그 과정에서 꺾여 나간 ‘평범’을 셀 수 없이 많이 봐왔다. 윤서는 체면도 잊고 두근거리는 기분을 애써 누르며 물었다. 그의 답이 이후로도 계속 저를 곤란하게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론이 났나요?” 차수현이 말갛게 웃었다. 새삼 생각하건대, 웃는 얼굴이 지독히도 안 어울리는 남자였다. “나는 죽였는데, 당신은 죽지 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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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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