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원할 때마다

사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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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유경은 그를 떠났다. 아주 잔인한 방식으로. 그러니 이 맞선 자리에 나와서는 안 되었다. 상대가 공도현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나한테 뭘 줄 수 있는데.” 그에게서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났다. 그마저도 오래전 유경이 골라 준 것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거.” “내가 원하는 게 뭔 줄 알고.” 그의 검고 짙은 눈동자 속에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비쳐 보였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경멸도. “……뭐든. 당신이 원하는 게 뭐든.” 유경은 그의 입에서 다시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리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러면 여기서 할 수 있는 거로 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지 못한 유경이 두 눈을 깜박였다. “호텔이잖아, 여기.” 도현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서 하는 게 그거 말고 더 있나?” 내가 끝이라고 말할 때까지, 그리고…… 원할 때마다.(#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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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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