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너를 속이는 밤

정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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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20분 늦게 나타났다. 짜여진 판, 예정된 결과. 마치 연극 같은 이 맞선이 시작되지 않길 바랐지만 유주는 애써 속내를 감추고 미소를 꾸며냈다. “난 도승한, 당신이랑 결혼할 거예요.” “그럼 우리가 뭐, 연애라도 하자고 이러고 있을까.” 건방지게 굴어서 좋을 건 없었다. 적당히 그의 비위를 맞추며 반년만 버티면 되는 일. 하지만 그는 사사건건 유주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사람 괴롭히는 게 취미예요?” “이제부터 취미로 삼아 볼까 하고.” 나쁜 놈. 무례한 놈. 이 뻔뻔한. 멋대로 건드리고, 마음대로 떠보고, 오만하게 만지며 도승한은 단숨에 유주를 혼란에 빠뜨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그래서 그를 헤어나지 못하도록. “얌전히 굴어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끔찍한 결혼 사기극이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그 끝엔 무엇이 있을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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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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