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무릇, 도원

나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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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제 잘렸다. 그리고 날 자른 놈과 잤다. 그게 가능하냐고? 나도 몰랐다. ‘으응, 도원, 흑, 더, 더! 아아!’ 허리를 무자비하게 쳐올리는 그놈의 단단한 가슴팍을 좋다고 끌어안는다. ‘도원 씨. 아흣, 좋아, 너무 좋아!’ 대체 나는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감히 만져보지도 못했던 그의 몸을 수없이 붙잡고, 때리면서. 6년을 지겹게 봐 온 이 남자, 한도원. 대한민국 땅에 이 남자를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여기 하나 있다. 이젠 그놈과 출장까지 다녀오게 생겼으니…. 내 인생은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이 틀림없다. 그랬는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우리가 한국 땅을 멀리 떠나온 후였다. “어때, 이러면 나랑 잘 마음이 나?” “오늘 너랑 자고 갈 거야.” 어떻게든 옷 한 번 벗겨 보려는 저 남자의 말에, 왜 내 심장은 자꾸 덜컹거리는 걸까. 전 남자친구의 동생이자, 상사보다 더 귀하게 모셔야 하는 이 남자와의 관계를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몸은 너 준다고 했잖아. 너 가져.” 에라 모르겠다. 여긴 미국이니까. 경로를 이탈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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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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