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비터 문 (Bitter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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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결혼의 시작은 허니문이 아닌 비터문이었다. “두 시간 있어.” 그가 그녀의 말을 딱 끊었다. “네?” “좀 짧은가?” 그의 손이 와이셔츠의 두 번째 단추에 닿자, 아영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손끝을 말아 쥐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날 여기 데리고 온 거예요?” “빙고.”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그렇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잘 지내게 될 거야.” 권이 앞으로 한발을 내딛자 아영도 다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뒤로 한걸음을 물러섰다. 어둡게 빛나는 검은 눈, 긴 다리로 천천히 다가오는 그는 마치 우아한 짐승 같았다. 아직 젊디젊은 이 사내는 이제 몇 년 뒷면 무리를 이끄는 수사자 같은 모습일 것이다. 잔인하고 잔악해서 다른 사자의 새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 죽이는 그런 사자 말이다. 그가 가까워 올수록 아영의 가슴은 더 거세게 뛰었다. 급기야 권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휘어 감자 아영은 더 이상 이 긴장을 참지 못하고 짧게 비명을 지르며 그의 손목에 매달렸다. “비켜요!” “손 치워.” 권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 소름이 돋았다. “싫어요.” “싫다는 말은 좀 우습지 않아? 너랑 나. 일주일 뒤에 결혼해. 결혼이라는 건, 이런 일이 매일매일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둔 거라고. 난 너의 어디에도 손을 댈 수 있어. 볼까? 여기.” “악!” 그의 손이 턱하니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몸서리를 치며 뿌리치자 손은 다시 그녀의 허리를 스쳐 아래로 내려갔다가 엉덩이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여기도.” “이러지 말아요. 만지지 말라구요.” “결혼할 남자와 섹스를 못하겠으면 결혼 자체가 성립이 안 되잖아. 차라리 첫날밤을 위해 아껴두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지 그래. 그쪽이 더 귀여울 텐데.” 핏빛 버진로드를 따라, 아영은 차디찬 눈의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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