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역주패담(易主悖談)

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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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불편한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미인공 #냉혈공 #문관공 #복흑/계략공 #순정공 #짝사랑공 #집착공 #다정수 #무관수 #허당수 #애증 #인외존재 #질투 #오해/착각 #쌍방피폐 천룡이 다섯 신수를 끌고 내려와 세운 인간 최초의 국가, 환(晥). 천룡의 후손인 황실과 다섯 신수의 후손인 오대가(五大家)는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몇백 년 동안 힘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금시헌과 흑무원이 세상에 나기 전까지는. “내가 그렇게나 싫은가?” 금빛 눈동자, 흑단 같은 머리카락,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 실로 완벽한 외모에 능력까지 출중한 금씨 세가의 후계자 금시헌. 무원은 매번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보여도 아랑곳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가 껄끄러웠다. 왜 그가 이렇게까지 싫은지, 왜 기억에도 없는 일을 자꾸 끄집어내는지 왜 자신에게 용서해 달란 말을 하는지 무원은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외면하고 무시한 시간의 끝, 황제는 총기를 잃고 흑씨 세가가 역모로 몰리는 가운데 무원은 금시헌과 자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줄에 걸려 있음을 알게 되는데……. * “혹…… 기억났나?” “…….” “바로 그날, 네가 나를 살렸다. 하필 그날 네가 내 이마에 손을 얹어 줘서, 내 곁에 앉아 줘서, 그래서…… 그래서. 아직도 무슨 헛소리인가 싶나? 아니, 그때 내가 네게서 가져간 것이 있는데, 아직까지 그렇게만 치부할 수는 없겠지. 안 그런가?”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가…….” “괜찮아. 나만 인간이 아닌 것도 아니니까.” <미리보기> “요즘 흑가 사정이 좋지 않은 듯한데, 자네는 괜찮나?” “……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본래 무가는 다 그래. 무엇보다, 네가 알 바 아니다.” “알 바 아니다? 금가 사람이 흑가 일을 묻는 것이 우스운가? 나를 보면 내 가문밖에 생각이 나지 않나 보지?” “누가 그렇다고 했나?” “그럼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지?” 아, 벌써부터 또 시작이시군. 역시 그냥 후딱후딱 마시게만 하고 취하게 만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무원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편으로는 차라리 이 기회에 서로 속 시원히 터놓고 깨끗하게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을 다잡은 무원은 진지하게 시헌의 눈을 마주 보았다. 시헌의 눈가가 살짝 가늘어졌다. “나도 묻고 싶군. 너는 왜 그리 나와 친해지려 애를 쓰는 거지?” “왜? 나는 노력도 하면 안 되나?” “그리고 전에, 내게 용서 어쩌고 떠들어 댄 건 대체 무슨 소리고? 이왕 이렇게 된 일 그것부터 제대로 설명이나 해 봐.” 무원의 질문을 빈정거리며 맞받아쳤던 시헌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살짝 내리깔았던 눈을 다시 들어 올린 그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내가 다 털어놓으면…… 용서해 줄 건가?” “그건 듣고 나서 판단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없었던 일로 하지.” “허, 뭐?”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나. 한두 살배기 애도 아니고, 제가 먼저 괴상할 만큼 화를 내며 떠들어 댄 것을 없던 일로 하자니 기가 막혔다. 무원은 짜증 가득한 음성으로 쏘아붙였다. “이봐, 그냥 말하다 말면 내가 그런가 보다 이해해 줄 줄 알아? 끝을 봐야지. 대체 무슨 일인지, 나는 기억이 안 나. 반면 너는 기억을 하니 떠들어 댄 것 아닌가? 뭔데? 얼른 실토하시지.” “나는 네가…….” “그래. 내가 뭐?” “네가 좋다.” 확실해. 장난하는 거다. 무원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입만 벌렸다. 지금껏 들었던 금시헌의 모든 개소리들 중 가장 당황스럽고 또 징그러운, 말도 못 하게 징그러운 개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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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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