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뎀뎀(Damn! Damn!)

김여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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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용병 생활을 했던 아힘 뮐러. 일련의 사건으로 용병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던 중 기막힌 청부를 받는다. 의뢰 내용은 ‘로열 알파’인 ‘미하엘 베른하트’의 정액을 훔쳐 와 달라는 것. 불가능한 의뢰였으나 50만 유로라는 의뢰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받아들이고 만다. 미하엘 베른하트의 냉동된 정액이 그의 저택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때마침 그의 저택에서 ‘베타 여성’으로 한정해 메이드를 구한다는 공고가 뜨자 아힘은 여장을 하고 ‘이보네’란 이름으로 그의 저택에 위장 취업한다. 가능한 눈에 띄지 않으려던 바람과 달리 미하엘은 첫 대면에서부터 아힘에게 막말을 건네고, 되도 않는 핑계로 아힘을 매일 자신의 침실로 부른 것도 모자라, 묘한 집착마저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힘은 그런 미하엘의 행동이 일종의 괴롭힘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성질을 억누르고 그의 비위를 맞춰간다. 그 과정에서 미하엘을 노린 음모와 맞닥뜨리는데... *** 돌연 미하엘이 상체를 숙이더니 양손으로 시트 위를 짚었다. 그의 양팔에 갇힌 꼴이 되자 아힘은 더욱 눈을 날카롭게 떴다. “궁금한 게 있다면 내게 직접 물어봐.” “…….”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도.” 그 말에 아힘은 흠칫 눈가를 굳혔다. 원하는 것? 녀석에게 원하는 건 한 가지뿐이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아힘이 다시 눈살을 좁힐 때쯤 미하엘은 얼굴을 가까이 붙인 채 듣기 좋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겐 특별히 답해 주지.” 아힘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방금 전 그가 보인 행동은 일종의 경고였다. 게다가 확실하게도 녀석은 완급 조절에 능숙했다. 목숨줄을 오가는 찰나의 타이밍을 알고 있었고, 적절히 사용할 줄도 알았다. 진정으로 죽일 목적이었다면 숨통을 끊어 놓았을 테지만 괴로워하는 꼴을 보고 즐거워하기나 한 것이었다. 고문이 취향이 아니라고? 취향이라는 것에 제 오른쪽 손모가지를 걸 수도 있었다. “알다시피 내가 너에겐 잘해 주잖아?” “…….” 아힘으로선 그가 잘해 준다는 기준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 게 문제였다. 음담패설을 지껄이는 것? 턱을 어그러트리는 것? 숨이 끊기기 직전까지 목을 조르는 것? 하나씩 곱씹을수록 분노가 더 들끓어 올라 아힘은 생각을 그치기로 했다. “말해.” “…….” “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말이야.” 네 정액, 씹새끼야. 아힘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온 인내를 다해 참아 냈다. 미래에 있을 대사(大事)를 위해서였다. 아힘은 결국 고개를 떨구듯 끄덕였다. 그러자 미하엘은 흡족한 듯 웃으며 제 손자국이 남은 아힘의 목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아힘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녀석의 정액을 손에 넣는 즉시 뭐든 반드시 배로 돌려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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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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