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4황자가 가정교사에게 집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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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내가 죽인 황제의 가정교사로 빙의했다. 그것도 황실의 사생아라 신분을 숨긴 채 여장을 한 14살 어린애의. 그래, 어차피 이번 생에서 우리가 황궁에서 더럽게 엮일 일은 없을 테니 속죄한다 생각하고 내가 책임지고 돌봐주마! 딱 3년. 녀석이 알파로 발현하기 전까지만.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팔자에도 없던 육아에 치이던 나날. 드디어 이 천둥벌거숭이의 성인식을 치르고 자유의 몸이 될 줄 알았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나랑 결혼해줘요.” “야, 난 베탄데 그게 무슨 소리야.” “음, 선생님 혹시 정말로 몰랐어요? 나 당신이 오메가인 거 진작에 눈치챘었어.” ……뭐? “난 내 걸 다른 사람한테 뺏기는 걸 무척 싫어해, 알고 있죠?” 머릿속에 경고등이 미친 듯이 울렸다. 당장 이 미친놈한테서 도망가야 했다. *** “대체 원하는 게 뭐야? 뭐 때문에 여기까지 날 쫓아온 건데.” “내가 원하는 거?”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느릿하게 되물은 그가 곧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금방이라도 덮칠 듯한 화마 속에서 루카스가 입꼬리를 길게 늘였다. 눈이 멀 것 같은 화사한 미소였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특별히 선생님한테 선택지를 줄게. 원하는 걸로 골라.” 침을 소리 내어 꿀꺽 삼켰다. 여기까지 와서 그가 헛소리를 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하나, 황제 암살 계획을 세우던 무리에 가담한 죄로 지하 감옥에 끌려간다. 참고로 마력 봉인구로 전신 구속할 거야. 어때, 꼴리지 않아?” 미친 건가. “나 그런 적 없어.” “알아, 일단 들어. 둘, 황실 직속 기관의 참모가 되어 앞으로 국정 운영에 관한 조언을 준다. 뭐 내 전담 스승이 되란 거지. 난 이거도 좋아, 종일 선생님이랑 붙어먹을 수도 있고.” “내가 너한테 가르칠 게 뭐 있다고 이제 와서…….” “에반.”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리며 이름을 불렀다. “당신이 내 옆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뭘 고르든 상관없어. 아니면 차라리 국혼을 올릴까.” 질색한 얼굴을 보고 쿡쿡거리며 웃던 루카스가 조심스레 손을 포개어 잡더니 손바닥에 얼굴을 묻곤 간질이듯 뺨을 비볐다. “돌아와서 기뻐, 나의 선생님. 당신이 너무 많이 보고 싶었어.” 그의 손짓 하나에 사방을 벽처럼 에워싼 불길이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폐허처럼 쓰러져 있던 기둥들이 천천히 일어나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광경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되돌리는 기적과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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