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꽃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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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이예트 테라스 아파트 1층에서 ‘문 덤플링’을 운영하는 이브는 늦겨울, 식당 앞에서 오드 아이가 예쁜 꽃거지, 렉스를 줍는다. 박애 정신을 발휘해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자리를 준 것뿐인데, 순식간에 ‘문 덤플링’이 로워 이스트 사이드의 핫플이 되어버렸다. 렉스가 ‘누나’라고 부르며 보석 같은 오드 아이로 바라볼 때마다 이브는 멀미가 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는데……. 졸지에 ‘꽃거지’가 되어버린 렉스는 ‘라파이예트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맨해튼 사교계에서 소문난 악동이다. 아버지와의 반목으로 개망나니처럼 굴다가 집에서 쫓겨나 떠났던 일 년여의 오지 여행 후, 그는 새사람이 되어 뉴욕에 돌아왔다. 집안의 도움 없이 라파이예트 테라스를 호텔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던 중, 그를 오해한 이브에게 픽업 당해 신분을 숨기고 문 덤플링에서 일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순두부처럼 뽀얗고 말랑거리는 볼을 가진 착해 빠진 호구가 눈에 들어오더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저러다 나쁜 놈한테 잘못 걸리면 된통 당할 텐데.” ……그런데 아무래도 그 나쁜 놈에 자신도 포함될 것 같다. *** “누나, 남자 허벅지 위에서 그렇게 움직이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아무도 안 가르쳐 줬어요?” “어어?” “이거, 자연스러운 현상인 건 알죠? 자극받게 되면, 그러니까…… 몸이 거기에 반응을 보이게 되어 있어요.” “다, 당연히 알지! 내가 너보다 나이도 세 살이나 많은데, 그것도 모르고 살았을까 봐?” 렉스는 제멋대로 튀어나온 핑계와 변명에 짙은 혐오와 자괴감을 느꼈다. “누나. 남자가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그 새끼 싸대기를 날려야지.” 이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걸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주면 되겠냐고.” “그러니까…… 나보고 지금 널 때리기라도 하란 얘기야?” 렉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향해 얼굴을 비스듬히 틀어 내렸다. “누나 탓 한 거 미안해요. 앞으로는 이런 말 하는 놈 있으면 바로 싸대기 날려요. 입술 터질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서. 자.” 기가 막힌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이브가 천천히 손을 치켜들자 렉스는 어금니를 지그시 물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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