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환생했는데 또 사랑

강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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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환생의 시작은 신라였다. 화랑이었던 서명과 다림은 서로 사랑했고, 죽음을 앞두고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서로를 사랑하게 해 달라고. 그리고 신은 그들의 애절한 소원을 들어줬다. 그 이후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군사독재 시대를 걸쳐 두 사람은 환생과 사랑을 반복했다. 하지만 1,300년에 걸친 기나긴 사랑 끝에 권태기가 찾아온 두 사람은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기억과 추억을 지우기로 한다. 그렇게 다시 환생한 두 사람은 국정원 요원과 대한민국 최대 조직 5인자가 되어 만난다. 그 긴 시간동안 나누었던 모든 일생의 사랑은, 정말 전생의 추억이었을 뿐일까. 아니면, 시간도 막지 못한 운명적인 사랑일까. * * * “전생의 기억을 전부 지우고 환생하는 건 가능합니까?” 『가능하다.』 “야, 그럼 우리 전생 기억 다 지워.” 최성재의 말에 한민우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신라에서 서명과 다림으로 살던 시절부터. 마지막 생이었던 최성재와 한민우로 불리던 기억까지. 그 모든 걸 지운 채, 다시 태어나자고 한다. “그걸 다 지우겠다고?” “전생 기억 때문에 엮이는 거 지긋지긋하다며?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전생 기억이 없으면 과연 누가 먼저 반하고, 누가 먼저 매달릴지도 제대로 보자고.” 최성재의 얼굴은 분명 네가 먼저 나한테 반하고 매달리게 될 거란 확신을 보였다. “자신 없어?” “하, 웃기고 있네.” 한민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먼저를 따질 필요도 없어. 우린 전생의 추억이 없으면 사랑하지 않아. 절대!” “그러니 내기해. 네가 이번에도 먼저 반하면, 다음 생부터는 전생 탓이 아니라, 그냥 네가 매번 날 좋아했던 거라고 인정해.” 최성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이미 마음을 먹은 듯했지만, 한민우는 망설여졌다. 전생의 기억으로 엮이는 게 지겨운 것은 사실이었으나, 정작 기억을 지워 버린다는 선택지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난 소원 결정했으니 간다. 환생해서 보자.” 한두 번 해 보는 환생도 아니고, 최성재는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알고 있었다. 안내도 필요 없었다. 곧장 눈앞에 보이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순간,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우두커니 서서 제 쪽을 바라보는 한민우의 눈빛에는 지긋지긋하다던 말과는 달리 깊은 상처가 어려 있었다. 『소원은 정말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할 건가?』 환생 준비 방으로 들어간 최성재에게 신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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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편없는 메르헨 [일반판]
2 아찔함과 야릇함 사이 [일반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