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낙인, 애(愛)

김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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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 뒤를 따라붙기 시작한 검은 그림자. 밤마다 나를 찾아와 뜨거운 몽환의 세계로 이끄는 그는 누구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남자……. 그와 반복되는 이 만남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남자는 보면 볼수록 이해 가지 않는 베일에 싸인 사람 같았다. 픽, 남자가 입 꼬리를 올리며 시니컬하게 웃더니 정색하고 보았다. “그래? 그럼 미친놈과 어디 연애 한번 해볼까?” “예엣?”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미친놈에겐 안 통하거든.” * * * “네 숨소리.” “……?” “이미 들떠 있어.” “……!” “지금 너의 이 반응, 좀 전 내 제안에 대한 예스라고 쳐 두지.” 그의 말과 눈빛에선 사람의 마음을 제어하는 그 어떤 기류가 강하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그는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유진의 말에 연주는 꼼짝 못하고 포박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 않은 채 두 눈을 치켜떠 그를 꼿꼿이 쳐다보았다. “지금 절 협박하는 건가요?” 오만하게 내뱉었지만 연주는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낙인찍힌 사랑. 잃어버린 내 사랑아! 저주받은 짐승이 되어 밤마다 거친 숲을 헤맬지라도……. 난 반드시 너를 다시 찾는다! 왜 저 남자를 보면 가슴 한 곳이 이렇게 시리고 아련해지는 것일까? “난 너에게 미쳤다, 완전하게. 정신이 돌아오는 날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 * * “또, 나를……, 미행한 건가요? 하, 아님, 당신이, 껴 맞춘…… 우연인가요?” 대답대신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살갗에 와 닿는 서늘하고도 뜨거운 감촉에 연주는 왜 그런지 스르르 눈물이 차왔다. “언제나, 네가 있는 곳에 난 있어.” “아뇨.” 연주는 부인하듯 고개를 저었다. ‘하, 그렇게 말하지 마요.’ 이렇게 외로운데도. 이렇게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는데도……. 한데도 그는 이미 저의 모든 것을 다 차지해버리고 말았다. 그 사실이 연주는 견딜 수 없이 스산했다. “당신에게 난, 도대체 뭐죠?” “나에게 넌, 내 전부야.” “거짓말.” 연주는 입술을 깨물며 부인했다. 그는 또 다시 단 그 한마디 말로 저를 마구 휘저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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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치도록 아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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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상화 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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