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상실 극복에 관한 애정론적 고찰

소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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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봄부터 맞이한 첫사랑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결같았다. 서로 위하고 아끼고 미래를 약속했었던 시간은 단 한 순간의 사고로 인해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선해원, 나 자신도 무너졌다. “권채현입니다. 형준이 사촌 형.” 그렇게 다가온 사람은 내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페이스대로 내가 둘러친 선을 넘는다. 불편하고, 불쾌하다. * * * “권채현 씨! 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선 넘지 말라고.” 채현이 해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몇 번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 입을 열었다. “제안 하나 할게요.” 해원이 팔짱을 끼고 채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선해원 씨, 본인이 원해서 한 이별은 아니겠지만 굳이 이런 데 찾아와서 눈물 바람에 청승 떠는 거, 정말 꼴 보기 싫은데 알고 있어요?” “용건만 간단히 하시죠.” “그 청승, 같이 떨어봅시다.” * 채현이 위스키와 똑같은 향을 담아 내뱉은 긴 한숨과 함께 천천히 잔을 들어 올렸다. 그것을 거칠게 빼앗아 든 해원은 쾅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빌어먹을 제안을 수락하고 나면 어떻게 할 건지 생각은 하고 있습니까? 얼마나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려고? 당신 그렇게 한가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어요? 나 그렇게 대책 없는 사람 아니에요. 선해원 당신만큼은 혼자 아프게 놔두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 정도 각오는 하고 덤비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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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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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흑룡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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