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소꿉친구, 참여 관찰 일기

김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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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오랫동안 절절한 짝사랑을 하는 동생을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지구상의 짝사랑 중인 3천만 인구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테스트가 필요했다. 알파도 아니고 오메가도 아닌 베타의 임상 실험이. 근데 때마침 내가 베타네? 연구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천재지만, 현실에서는 머저리라 불리는 서휘는, 이 연구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스스로 그 약을 먹어버린다. 당연히 소꿉친구 송아론을 상대로 두는 건 계획에 없었다. 그리고 이 셀프 임상 실험으로 인해 두 사람의 우정이 처음으로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 유치원 2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군대 2년, 그것도 모자라 대학원에 지금, 이 국립 형질연구소까지. 서휘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에 늘 송아론이 있었다. 소꿉친구, 속된 말로는 불알친구. 어떻게 처음 친구가 되었는지도 가물거릴 정도로 오랜 시간 함께한 사이. 그런데 아무리 실험이라지만, 20년 지기 불알친구를 상대로 사랑의 화학 작용을 분석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상상만 했는데도 소름이 끼쳤다. *** “맛있게 먹어라.” 그 말만 남기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숟가락으로 밥을 크게 한입 떠 입에 넣었다. 아, 혹시 서휘에게 게이라고 말한 것부터는 꿈이었나? 그 전에 잠이 든 거고? 송아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늦게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통통하게 불은 밥을 크게 떠 호호 불며 입에 막 넣었을 때였다. 입안 가득 음식물을 욱여넣곤 한참이나 우물거리던 서휘가, 평소의 그 태연한 표정으로 송아론에게 물었다. “야, 근데 너 진짜 나랑 섹스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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