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100일 안에 개념부터 바로잡는 용사특강

일일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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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풍 #판타지물 #첫사랑 #하극상 #사제관계 #초딩공 #집착공 #연하공 #복흑/계략공 #존댓말공 #강수 #연상수 #중년수 #차원이동/영혼바뀜 #역키잡물 #빙의물 #제자공 #스승수 용사라고는 형용사밖에 배워 본 적 없는 벤자민 선생님의 100일 단기 용사 육성 프로젝트! 수능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판타지 소설, ‘일레이 전기’ 속 주인공 일레이의 스승, 벤자민 웨스트포드에게 빙의해 버린 수강고등학교 3학년 1반의 담임, 주현수. 원작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인물이든 아니든.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현실 세계에서 100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기간을 정해 두고 처리하는 일은 예상보다 늦어지기 마련. 과연 벤자민 선생님은 수능 전까지 제자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난 돈도 없고 집도 없어. 대신 사례비를 지급할 부모도 없지. 날 구해서 도대체 무슨 이득을 얻겠다고? 아니면 네 얄팍한 동정심이라도 채워 주기 위해 데려온 건가?” “……그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 다른 목적이 있잖아. 소년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노란 눈이 짐승인 양 흉흉하게 빛났다. 확실히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맞았다. 용사를 만들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겠다는 목적이 분명히 있었다. 소년의 지적이 옳았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또 목적 없이 베푸는 호의 또한 없지. 벤자민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이를 옳은 길로 이끄는 것이 어른이 해야 할 일이니까.” “…….” “……그대로 두었다면, 그 사람은 죽었을 거야.” “……그래서, 그게 뭐.” “그렇다면 넌 살인자가 되었겠지.” 아직은 남이지만 소년은 언젠가 제 제자가 될 아이였다. 제자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선생의 존재 의의였으니까. 그렇기에 소년의 스승이 될 예정인 현수는 아이가 살인자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물론 아직 벤자민은 아이의 스승이 아니었다. 아이를 구한 행위는 따지고 보자면 어디까지나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 벤자민이 쓰게 웃음 짓자 소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다야?” “그래.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주된 이유는 그거야.” “……괴짜 새끼…….” “내 이름은 괴짜 새끼가 아니라 벤자민인데. 벤자민 웨스트포드.” 벤자민은 협탁 위에 놓인 죽을 들어 아이의 무릎 위에 올려 주었다. 조금 식기는 했지만 죽은 여전히 따뜻했다. 아이가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죽을 떠 입에 넣었다. 적어도 자신을 해칠 사람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부끄럽게도, 그러한 아이의 태도에 마음이 조금 놓여 버렸다. “……따뜻해.” “천천히 먹어. 체할라.” “……이런 걸 먹으면, 배가 부르면…… 잠들어 버리는데…….” “자도 괜찮아. 해코지할 생각 없으니까. 대신 죽은 다 먹고 자자, 응?” 조금은 경계가 풀린 것인지, 자신을 힐끔거리던 아이는 느리게 숟가락을 옮겨 가며 죽을 떠먹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였다. 천천히 바닥을 드러내던 죽이 결국 완전히 바닥을 보이자, 머뭇거리던 아이의 품에서 죽그릇을 치워 준 벤자민은 반쯤 눈이 감긴 아이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컵에 담긴 미지근한 물을 홀짝이며 아이가 웅얼거렸다. “……졸려.” “좀 더 자. 피로가 쌓였을 거야.” “……일어날 때까지, 옆에 있어 줄 거야?” “……그래. 옆에 있어 줄게.” 벤자민은 아이를 토닥여 주곤 이불을 끌어와 덮어 주었다. 벤자민의 옷깃을 쥐며 머뭇거리던 아이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아직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은 아닌 듯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벤자민의 옷깃을 쥔 손에는 힘이 풀리지 않았다. 벤자민은 그런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주었다. 작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손이었다. 이런 아이를 용사로 만들어야 한다니…… 현수는 가슴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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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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