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간사한 짐승의 품에 안겨

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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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하거라.” “…혼인? 저 말입니까? 누구랑?” 저승의 폭군, 청명. 금기를 범한 죄로 받은 천 년의 형벌이 끝나 이제 조금 자유로워지나 싶었는데 염라대왕으로부터 혼인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지은 죄도 있고 받을 것도 있으니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 제 입으로 말하긴 했지만 혼인이라니. 그것도 겨우 얼굴 두 번 본 어린 늑대와 반려의 연을 맺으라니.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압니다. 청명, 염라의 수양딸, 지옥의 수문장, 폭군.” “…알면서도 나랑 혼인하겠다고?”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잘 믿고 따르는 편입니다.” 내 욕을 하는 건지,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건지. 이쪽도 영 제정신은 아닌 게 확실하다. 그래, 시키는 대로 혼례만 올리면 끝인 일. 그 이후 어린 신랑을 소박 놓든, 축첩하든 내 마음 아닌가. 물론 축첩은 내가 하는 거고. 그런데, “그놈을 생각하십니까?” “그놈이 누군데?” “부인이 금기를 범하게 만든 장본인 말입니다.” 가륜이 그놈을 어찌 알고? “딱히 생각한 적 없다만.” “부인의 첫정입니까?” “그럴 리가.” 아니라는데 저 표정은 뭐지. 기분이 나쁘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얼굴이 왜 그러느냐?” “…새삼 남편이 너무 잘생겼습니까?” 이거 생각보다 더 미친놈일세. “첫정이든 아니든, 놈을 생각하지 않으시려면 일단 부인께서 제 몸에 더 익숙해지셔야겠습니다.” 결론이 왜 그렇게 나는지도 이해가 잘 안 되고. “제 한 몸, 부인께 기꺼이 봉사하겠습니다.” 이 혼인, 그냥 무르면 안 될까. 내가 제 명에 못 살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 간사하다[諫死-] : 죽음을 무릅쓰고 또는 죽음으로써 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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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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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