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나만의 비밀스러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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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따위, 믿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역병으로 인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골함을 품고 슬픔에 잠겨있던 내게 갑자기 나타난 낯선 남자, 에쉬.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를 살리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치료해주고 보살펴주었다. 그에게서 삶의 강한 의지를 보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이 될 겁니다. 내 머리칼 한 올부터 피와 살과 뼈와 심장까지 전부 다.” 영롱하게 빛나기만 하던 연갈색 눈동자에 불꽃 하나가 작게 피어났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내 몸이 전부 불타버릴 것 같은 낯선 기분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그것이 오로지 나를 향한 애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당신의 모든 것을 가질 겁니다. 허락, 하겠습니까?” “날 가져도 좋아요, 에쉬. 전부 허락할게요.” 운명처럼 다가온 그와 사랑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게 구혼서가 왔더구나. 상대는 마젠티스 제국의 황제 폐하. 새 황제께서 너를 황후로 맞이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다.” 잔학무도하기로 소문난 새 황제가 내 앞으로 구혼서를 보내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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