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운명받이

지옥에서 온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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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선녀라는 신명을 가진 화란, 그녀는 운명받이 무녀였다. 누군가가 다 하지 못하고 간 운명을 풀이해주는 무녀……. 그런데 이번에는 운명받이 무녀로서인지 여자 화란으로서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상대를 만나고 말았다. 더구나 그는 아버지와 함께 여객선침몰 사건에서 돌아오지 못한 화가의 아들이라니……. 그녀는 그가 자신의 운명인지 죽은 자가 남기고 간 운명받이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속수무책 그에게 끌리는 자신이 이상할 뿐이다. 오롯이 여자이고 싶다. ** “…….” 남자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다한 딸은 누가 재촉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에게서 돌아섰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눈빛을 한 채 남자를 한 번 돌아보고는 한걸음 떼어 놓았다. 털썩. 딸이 몸에서 나와 그런 것인지 그녀는 힘없이 종이 인형처럼 땅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노란 남자가 여자의 몸을 안고 소리 질렀다. “이봐요! 이봐요! 정신 차려요. 이나야! 정신 차려!” 남자의 입에서 죽은 약혼녀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남자는 분명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왠지 조금 전 여자의 입을 통해 들은 목소리 때문인지 약혼녀의 이름을 부르며 걱정으로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소리 지르고 흔들며 그녀가 깨어나기를 종용했다. 마치 약혼녀가 죽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어떻게든 죽지 못하게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이나야. 사랑해.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일어나. 일어나라고. 응? 제발…….” 그 순간 그녀의 눈이 퍼뜩 뜨였다. 빨간 입술에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하얀 얼굴을 하고 곱게 쪽 진 머리의 그녀가 자신이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잊은 얼굴로. 하염없이 그리운 사람을 만난 얼굴을 하고 탁훈이라고 불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검고 깊은 그녀의 눈동자에 그의 모습이 박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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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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