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우화 [외전증보판]

no one

44

*본 작품은 2016년 타사에서 출간된 <우화>를 재출간한 것입니다. *본 작품에는 개인지에만 공개되었던 외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꽃’으로 피어난 루스는 늘 ‘손님’들의 쾌락을 위해 짓밟혔다. 매일이 지옥이었다. 끝없는 절망, 살기 위한 몸부림, 목을 조여 오는 공포 속에 그는 그저 하나의 놀잇감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스에게 구원의 손길이 닿았다. “난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란다.” 수는 루스에게 단 하나의 빛이었다. 유일한 존재가 되어 버린 그녀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녀를 망칠지라도. 미리보기 그는 침대 위로 올라탔다. 그가 짚었던 시트 위에 빨간 손자국이 남았다. 자신의 양다리 사이에 그녀를 가두고도 루스는 차마 수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망설이던 손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에게 닿았다. 떨리는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수. 날 봐요.” 잠이 든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루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연약한 마음이 갈라져 피가 솟았다. 억눌린 한숨이 핏방울과 함께 입술 위에 맺혔다. “수, 제발…….”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루스는 절망과 정염 속에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수가 눈을 뜨기를 바랐다. 자신을 돌아봐 주기를 바랐다. 그녀의 시선이 닿기만 하면 이런 감정 따위, 다 떨쳐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루스는 천천히 자신의 상체를 숙였다. 무정한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꿈결에 입을 맞췄던 것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맛보는 수의 입술이었다. 첫 입맞춤에 몸을 떨었다. “나도 봐 줘요.” 속삭이며 닫힌 입술을 핥고 빨았다. 그의 입술에서 그녀의 입술로 피가 번졌다. “나만 봐 줘요.”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