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흐름

로맨스바람의 흐름

김서령(金書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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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 먹어도 좋으니까 잠시만 이러고 있어요.”그녀는 편안하게 몸을 풀며 그의 가슴팍에 기대어 앉았다. 턱으로 그녀의 정수리를 간질이기 시작하던 그는 슬금슬금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다. 까끌까끌한 수염이 볼을 어루쓸고, 목덜미를 찌른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배배 꼬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 마요. 간지러워.”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아니, 이건 또 언제 이렇게 된 거야?’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는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었다. 몽실몽실한 흰 구름이 흘러 다니는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의 얼굴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흑진주같이 까만 눈동자에 웃음이 찰랑거린다. 눈초리가 귀엽게 위로 들려 있다. 코와 코가 닿을 듯하다. 입술에 그의 더운 숨결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붉은 입술이 유혹의 빛을 촉촉하게 띠고 있다. ‘저런 얼굴로 보고 있음 어떡하라는 거야? 이거 지금 사방이 탁 트인 곳인데. 이러다 풍기문란죄로 잡혀 가는 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어떡해? 키스하고 싶은 걸…….’ 그 생각을 끝으로 그녀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진작 다가왔어야 될 그의 입술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쪽 눈을 슬쩍 뜨자 주먹으로 입을 막고 웃음을 참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막고 있는 주먹 사이로 어쩔 수 없이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뭐야! 이 남자, 지금 날 놀린 거야? “뭐예욧! 기껏 기회를 줬더니만…… 이제 키스 금지!” 발딱 몸을 일으키며 솜방망이 주먹을 마구 날렸다. 그는 간단하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 버렸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그의 입술이 입술을 덮어 왔다. 방금 전까지 키스 금지라고 외치던 여자답지 않게 그녀는 다시 얌전하게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까끌까끌한 수염의 감촉마저 기분 좋게 느껴진다. 키스가 점점 깊어지고 농밀해진다. 그녀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지기 전에 그는 제때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를 놓아주었다. “이래서 하지 않으려고 한 겁니다.” 귓가에 한숨 섞인 소리를 속삭이며 그는 그녀를 다시 품속에 꼭 껴안았다. 등 뒤에 그의 심장이 그녀의 것만큼이나 빠르게,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다 밥 못 먹이는 거 아니야? 그 와중에도 꿋꿋하게 밥 생각이 난다. 끙, 그래. 내가 참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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