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녹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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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년의 목숨이 몇 개나 되지?” 번뜩이는 검 앞에서도 녹지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각오했다. 어차피 한 번뿐인 삶이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지금까지 피와 살과 뼈를 발라내며 버텨온 세월이 말짱 헛일인 것이다. “하나입니다!” “하면,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냐?” “약조를 해주시기 전에는 전하의 뜻에 따르지 않겠습니다.” “하! 그렇다면 어디 해보자.” 준의 검이 녹지의 턱 아래와 거리를 바짝 좁혔다. 몹시 당황했을 터인데 그녀의 표정엔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죽이세요! 약조를 받지 못하느니, 전하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입니다.” “이런, 이런! 발칙하고 무엄한!” 녹지의 목덜미에 검 날이 닿았다. 그 예리함에 살갗이 갈라지고 선혈이 배어나왔다. 녹지는 내심 두려웠다. 아무리 모진 마음으로 각오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눈 한번 깜박하지 못할 순간에 목이 베일 수도 있는 터였다. 운명은 하늘에 맡기자. 죽을 목숨이든, 살아 원하는 것을 이루든! 녹지는 고요한 눈빛으로 준을 우러러 보았다. 임금인 것이다 그것도 젊고 아주 잘생긴. 이 사내를 치마폭에 휘감으면 조선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찬바람 부는 나루터에서 서럽게 태어난 광대의 딸, 억울하고 비절한 죽임을 당한 아비와 어미의 포한을 사무치게 품은 천한 계집이 조선의 지존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녹지의 길고 가녀린 뽀얀 목덜미에서 붉은 꽃인 양 피어난 핏물이 준의 눈에 확 들어왔다. 굳게 다문 그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준을 올려보며 녹지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처연하면서도 요염하고,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목이 베일지도 모르는 순간에 웃음을 짓는 계집. 그녀의 미소에 갑자기, 믿을 수 없게 준의 피가 한 곳으로 뜨겁게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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