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비틀어진 선

테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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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까워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동공이 매만지듯 구석구석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궁금한 게 있는데. 그렇게 사니까 재밌어?” 처음 보는 남자의 기다랗고 하얀 손이 귓바퀴를 스쳤다. 마치 시체에 닿은 것처럼 그 부위가 새파랗게 식었다. 무영은 죄를 지은 왼손을 허리춤으로 숨겼다. 그렇게 살다가 병신되니까 좋아? 남자의 말이 삼키지 못한 독처럼 혓바닥을 맴돌았다. 어차피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 무엇 하나 못 할까. 죽은 첫사랑이 숨은 눈동자로 저를 발가벗기는 남자를 어떻게든 엿 먹이고 싶다. “당신, 내 몸 좋아하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그 잘난 좆으로 나를 만족시켜봐요.” 그런데 어쩐지 쉽지 않다. “난 스물네 시간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비밀스러운 건 싫은데.” 성큼 가까워진 남자의 손이 금방이라도 꺾을 듯 목을 짚는다. 어쩐지 흥분한 것 같기도, 어쩐지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음성.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 “일단 어울려 줄게.” 한층 낮아져 야릇해진 쇳소리가 저열하게 지껄였다. 난 착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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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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