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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 내 방 창가에 꽃을 두고 간 거.” 용기 있는 소시민 아이리스 이솔레. 그리고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뱀파이어 에스카. 오래 전 그와 맺은 계약에 따라, 이솔레는 만월만 되면 에스카와 함께 밤을 보내야만 한다. 이솔레에게 유독 심하게 집착하는 에스카. 이솔레는 그의 집착이 싫지 않은 한편, 의문 또한 느낀다. 그의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태도. 애써 외면하려 해도 느껴지는 어떤 벽. 그것이 무엇인지. “그냥, 나는…… 창가에 데이지꽃 한 송이만 놓여 있으면, 그를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 * “오…….” 난 감탄하는 듯한 소리를 낸 포우의 옆구리를 총부리로 찔렀다. 그가 질색을 했다. 침대 맡에 에스카가 서 있었다. 살벌하게 생긴 식칼을 들고. 그리고 오늘 도착하여 보송보송해야 할 내 매트리스는 강도가 다녀간 그날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미쳤어?” “아니.” 저주 의식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묵묵히 침대에 칼을 푹푹 꽂아 넣고 있는 뱀파이어. 섬뜩하다. 꿈에 나올 것 같았다. 오싹함이 스쳐 지나간 다음엔 짜증이 밀려왔다. 포우는 그 분위기를 읽었는지 재빨리 인사를 던지고는 사라져 버렸다. “미치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해?” “그야.” 에스카는 나른하게 웃었다. “매트리스 사는 거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했지, 산 걸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약속은 안 했잖아.” “…….”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에스카의 집에 그렇게 오래 머무는 게 아니었다. 호텔이라도 잡았어야 하는 건데. 이 정신 나간 뱀파이어의 버릇이 이렇게 나빠지기 전에! “세라, 오늘도 잘 곳이 없네.” “호텔에 갈 거야.” “호텔?” “…….” 에스카의 손에 들린 식칼이 싸늘하게 빛났다. 글렀다. 이 미친놈은 내가 호텔로 가면 가는 방마다 매트리스를 개가 물어뜯은 슬리퍼처럼 만들 작정이다. “가자.” ……한 손에 칼을 든 채 그런 말을 하다니. 협박이 따로 없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침실 문을 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앞으로 당분간 내 집에 돌아올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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