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경멸하는 당신에게

로맨스나를 경멸하는 당신에게

카모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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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해. 당신의 그 고고한 낯짝을 어떻게 하면 짓이길 수 있을지 말야.” 8년 전 성당 방화 사건의 범인, 재닛 윌튼이 돌아왔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와 결혼해야 하는 재닛과 그녀의 약혼자, 리하넬. 하지만 리하넬은 8년 전 자신의 일상을 부숴 버린 재닛을, 그 오만하고 꼿꼿한 여자를 누구보다 증오하는데.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당신의 몸에 상처를 낼 거야. 열 번. 그 조건으로 당신과 결혼해 주지.” 레이너스 공작가에 이어져 오는 힘으로 피를 만지면 상대의 기억을 무작위로 볼 수 있는 리하넬. 그는 8년 전 그날의 일을 제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조건을 내건다. 깨져 버린 신뢰 위, 줄을 타듯 위태롭게 이어지는 결혼 생활. 그러던 중 리하넬은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진실을 마주하는데……. * * * 리하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이 본 장면이 사실인지 그녀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몇 번이나 덜덜 떨리는 입술을 뗐다 붙였다 하던 그가 겨우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설명해.” 지혈하느라 꾹 누르던 손수건 사이로 그녀의 피가 다시 배어 나왔다. 그것을 바라보는데 속이 메스꺼웠다. 이렇게 진실을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리하넬의 푸른 눈동자가 검푸른 파도처럼 요동쳤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재닛이 옅게 미소 짓더니 입을 열었다. “끝났어요, 열 번.” “뭐……?" 재닛은 징그러운 제 상처를 한 번 바라본 후, 리하넬에게로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듯한 말투로 한 가지 제안을 내뱉었다. “이혼해 줄게요. 더는 마주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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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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