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파괴흔

김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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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말하기나 해. 팔려 갈 거야, 얌전히 빚 갚을 거야.” “……개같은 깡패 새끼.” “따라와. 깡패 새끼 밑에서 개같이 돈 벌어서 얼른 빚 갚아야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빚 탓에 호수는 불법 도박장의 매니저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소문의 ‘남자’를 만난다. 도화. 홍콩 삼합회와도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알 수 없는 소문으로 둘러싸인 남자. 빚에 허덕이는 자신과는 엮일 일 없는 남자라 생각했는데……. “난 네 불행한 과거가 마음에 들어.” 흡사 고백하듯 숨이 턱 막힐 만큼 문장의 음절이 제법 극단적이었다. “네 빚이 좋고.” “…….” “내가 또 뭘 좋아할 것 같아?” “……술, 담배.” “그리고?” “……섹스.” “그중에서 넌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을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손이 내 볼을 천천히 문질렀다. 피부와 피부가 스칠 뿐인데 따끔한 전류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큼직한 손이 뒤통수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움켜쥐었다. 잔악한 본성을 삼킨 듯한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빨아.” “……이러려고 계약하셨습니까?”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빼려 했으나, 커다란 손이 목덜미를 감싸 안은 게 더 빨랐다. 입술을 가르고 두툼한 성기가 들어왔다. “후으, 그, 그만…….” “뭘 그만이야.” 언뜻 웃음기가 머무른 어조가 나를 몰아세웠다. “네 좆대로 할 때는 언제고. 난 뭐든 한 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맛을 봐야 성이 차거든.” 그의 서늘하면서도 노골적인 눈빛에 혼란과 욕망이 절박하게 충돌했다. 나를 파괴할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나는 구원을 바라는 사람처럼 진득한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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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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