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코튼 프라이드(cotton pride)

허은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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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파 시켜줄래?” 15살의 여름,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도하의 말에 유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어느 날, 도하는 같은 입으로 다른 말을 한다. “말 그대로 정략결혼이야. 사생활 금지. 너도 알잖아. 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 따로 있는 거.” 그래도 유담은 괜찮았다. 약속이 ‘잠시’ 어긋났을 뿐이라고 믿었으니까.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들의 정략결혼, 우성 알파와 오메가의 결합. 백도하와 하유담의 결혼은 말 그대로 완벽했다. 백도하에게 오랜 연인이자 친구인 오메가가 있지만 않았어도, 하유담이 그것을 모두 알고도 이 결혼에 응하지만 않았어도. 백도하가 자신의 첫사랑인 하유담에 대한 기억을 잃지만 않았더라면. 무엇보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유담이 여전히 백도하를 사랑하고 있지만 않았다면. 결국 완벽해야 했던 두 사람의 결혼은 어긋난 채로 시작되어 버렸다. *** “아무튼…… 이상하다. 네 페로몬만 맡을 수 있다는 게.” “……그럴 수도 있지, 뭐.” “조금만 풀어줄 수 있어?” “뭐?” “조금만. 제대로 맡아 보고 싶어. 다른 사람 페로몬을 맡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봐. 아, 강요 아니고 ‘부탁’하는 거야. 나도 내가 신기해서.” 유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하의 얼굴이 환해졌지만, 차마 유담은 그의 눈은 마주하진 못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며 천천히 페로몬을 풀었다. 누군가를 위해 페로몬을 푼다는 것 역시, 유담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조금은 낯간지러웠고 부끄러웠다. 조금은 설레기도 했고. “이런 말 혹시 하면 안 되나?” “뭐가?” “향이 되게…… 좋네.” “…….” “싫었으면 미안.” “아, 아냐……. 그냥 나도…… 그런 말 들은 게 처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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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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