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로맨스폭설

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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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떨고 있는 눈동자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한 번도 알려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눈을 수없이 무시했다. 그저 이런 눈을 볼 때마다 이 여자를 안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꼭 미친놈처럼. 나도 네가 나를 막을 수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왜 너는 이토록 순순히 내게 짓밟히고 마는 건지. 그래서 매번 나를 안심하게 해놓고는 왜 또다시 크게 배신감을 주는 건지. 예기치 못한 그 날의 폭설처럼 그는 갑작스레 내 몸에 밀려들었다. 그 날의 폭설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우리의 관계는 변함이 없었을까? 내 눈은 남몰래 그를 좇고 그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던 그런 사이. 여전히 거기서 조금도 나아가질 못했을까. 하지만 하루 사이에 바뀌어 버린 그와 나의 사이를 이제 와 무슨 사이라고 정의 내려야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 역시 격앙된 목소리로 토로했었다. “왜 너만 보면 미치겠는지 모르겠어!” 그는 그게 내게 얼마나 심각한 말이 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걸 당신이 모르면……. 그럼 저는 어떻게 알까요. 여자가 아무리 제 모든 것을 내어주었어도 하강진은 절대 잡히지 않는 남자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강진은 예전의 다른 만남들과는 달리 왜인지 민시현과의 끝은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왜였을까. 그들의 위태로운 관계에 그가 상상했던 끝이 정말 찾아왔을 때 어쩐지 그는 알 것도 같았다. 한 여자와의 끝이 존재한다는 게 어쩌면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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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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