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양철인간

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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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수) :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 기자로 이름이 알려진 형과 단둘이 자취하고 있다. 차승재(공) : 국내 10대 기업 안에 손꼽히는 해신그룹 일가의 도련님. 한 번의 이혼 경력과 남다른 과거를 가지고 있다. 방학 동안 해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백수진은 기업 총수의 손자라고 하는 차 상무의 점심 식사에 동석하게 된다. 짧은 만남 뒤, 차 상무는 수진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제안하는 겁니다. 회사 차원이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수진 씨를 고용하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요? 어떤…….” 수진의 표정을 확인하듯 흘깃 눈길을 준 그가 말했다. “어떤 일인지 알면, 대답이 달라집니까.” “…….” “시간을 많이 뺏을 생각은 없습니다. 나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은 아니니까. 일주일에 서너 시간이면 될 겁니다.” 어떤 종류의 일인지에 대해서는 미리 알려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애초에 제게 선택권이 있기는 한 것일까. 차 상무는 거절당할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거절하면 지금 하는 일에서 잘리게 됩니까?” 의외라는 듯, 그가 수진을 돌아보았다. 표정을 읽는 시선에 수진은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끈질기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머물던 시선이 겨우 떨어지고 나서, 수진이 어쩐지 숨 막히는 듯한 기분으로 마른침을 삼켰을 때, “글쎄. 그건 수진 씨 판단에 맡기죠.” 하고 그가 말했다. 거의 소곤거리는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 그는 잠시 잊어버리고 있던 것을 막 떠올린 사람처럼,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이거 하나만 묻죠. 형님은 수진 씨 성향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어떤, 성향을 말씀하시는지…….” “성적 성향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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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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