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좋다고 말해

채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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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을 사 오느라 늦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안나는 움찔했다. “나한테 두 개 있잖아요.” “그거론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서요.” “몇 번이나 하려고…….” 놀라움에 중얼거리는 안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가 키스했다. 안나를 집어삼키는 루치노의 입술에선 와인 향이 났다. “손바닥 내밀어 봐요.” 의아한 표정으로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콘돔을 꺼낸 루치노가 그것을 안나의 손 위에 떨어뜨렸다. 잔뜩 쌓인 콘돔 중 몇 개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갖고 가서 침대 위에서 기다려요.” “이건 너무 많지 않…….” 빠른 속도로 옷을 벗는 루치노 때문에 안나는 말문을 상실했다. 나신으로 불빛 아래에 선 그가 페니스를 위로 세우고 있었다. “원하는 대로 불순하게 대해 줄게, 벨라.” * 안나. 안나라는 이름은 의미가 없었다. 가족들 사이에서 안나의 존재 또한 마찬가지였다. 혼자가 되고 나서야 고대하던 여행길에 오르지만 여행 시작부터 불미스러운 일에 발목이 잡힌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때, 여행길에 처음 만났던 그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무턱대고 내미는 손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저 남자라면, 어쩐지 이 남자라면 괜찮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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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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