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 말희

로맨스내 여자, 말희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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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고 싶어요?” “아저……씨는요?” 잠시 말을 끊다 다시 이었다. 익숙지 않고, 반갑지 않은 그 호칭을 다르게 불러달라고 말할까 하다가 내가 생각해도 별 다른 호칭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 “뭐, 다 괜찮은데요.” “그럼, 떡볶이요.” 정말 맛있는 걸 사 줄 생각이었는데, 그 아이는 나와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과 적당히 어울리는 음식을 골랐다. 나는 그냥 알았다고 대답하고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바로 옆에 있는 그 아이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지 않기도 했고 까만 조약돌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보고 있기가 두렵기도 했다. 내 안에서 떠오르고 있는 미친 생각들이 내 눈을 통해 드러날 것만 같았다. 사람이란 말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다 느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며칠 전 꾸었던 그 꿈속에서의 내가 드러날까 봐 두려웠다. 내가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면 혐오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볼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자주 간다는 떡볶이 집으로 향했다.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동네라 떡볶이가게가 몇 개 줄지어 있었다. 주말 저녁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추위에 몇몇 사람만 가판대에서 어묵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따라 안쪽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떡볶이 이인분과 김밥을 시키자 그 아이가 냅킨을 양쪽에 놓고는 그 위에 젓가락을 놓았다. 내가 테이블 위에 있는 컵을 두 개 빼내 물을 따르자, 그 아이가 단무지를 담아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지, 아니면 원래 말이 없는 건지 그 아이는 포크로 단무지 하나를 찍어 조금씩 베어 먹고 있었다. 조그만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이는 걸 보고 있다 난 눈을 감았다. 내가 내 눈을 찌르고, 내 발등을 찍고, 내 주둥이를 지진다. 눈을 감고만 있으면 이상할 것 같아, 눈이 아픈 척 비볐다. 눈이 좀 뻑뻑하기도 했다. 며칠 동안 부탁받은 원고 때문에 계속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더니, 눈에 피로가 쌓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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