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황제 폐하 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단행본]

벨라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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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레니온 신성 제국에 떠오르는 두 개의 달, 루미너스와 세레니티. 황제를 상징하는 달, 루미너스와 황후를 상징하는 달, 세레니티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단 한시도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세레니티가 사라졌다. “……찾았다.” 어느 후텁지근한 여름날, 하루도 빠짐없이 노을이 지는 시간마다 그곳을 찾아가던 그 녀석과 나의 눈앞에, 꿈에서 보았던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나타났다.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 폭포수 아래로 풍덩 떨어진 소녀가 흠뻑 젖은 모양새로 나를 쳐다보며 했던 첫 물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당신은, 천사님이세요?” 드디어 나를 찾아왔구나. 나의 반려, 나의 세레니티. [본문 중에서] “왜 도망을 가지?” “그러는 그쪽은 왜 자꾸 따라오는데요?” “그대가 도망을 가니까.” 이건 마치 보복 운전 같다. 아까는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안전 운전을 했었는데 지금은 술 한 사발 드신 분이 주행선을 넘나들면서 앞차를 위협하는 느낌. 물론 그 앞차는 나고! 결국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뒤로 물러나는데 내 등에 욕조 벽이 툭 닿아 버렸다. 이런 망할! 뒤가 막혀서 당황하는 사이에도 더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확인하고 옆으로 빠지려고 했다. “거긴 안 돼.” 그러자 그가 팔을 뻗어 내 어깨 위를 지나 욕조를 짚는 바람에 도망갈 구석이 막혀 버렸다. 반대쪽 또한 마찬가지. 결국 나는 그의 두 팔 안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한 상태로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으…… 이, 이거 혀, 협박인 거 알아요? 범죄라고요!” “범죄? 나는 범죄에 해당하는 사항을 저지른 기억이 없다만?” “……지금 이게 범죄랍니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여인이 황제 다음으로 가장 큰 권력을 부릴 수 있는데도 싫다는 건가? 다른 세계에서 건너와서 아직 잘 모르나 본데, 황제의 침소에서 머문 여인은 암묵적으로 정부(情婦)가 된다. 물론…… 살아 있을 경우에 해당되지만.” “살아…… 사, 살…… 뭐라고요?” 이건 경고다. 그의 농염한 푸른 눈동자에 순간 광기가 어려 흠칫 놀랐다. 뭐야, 이 정신 나간 미친놈은? 설마 날 죽이려고? “여, 여신이라면서…… 멋대로 막 주, 죽이면…… 신이 노여워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지켜 줘야 한다고 했던 사람은 당신이라고요! 설마 잊은 건 아니겠죠?” “그대가 세레니티를 되찾는 열쇠라고 했지. 세레니티라…… 내게는 그다지 유익하지 못한 존재로군. 죽이기엔 아깝고…… 살리자니 내 것이 될 수 없고. 어쩐다?” 뭘까 이 남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재미있다는 듯 씰룩씰룩 웃는 그의 눈빛이 또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게다가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죽인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진지하진 않았다. 말투도 날카롭지 않고,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려 내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는 시선도 따가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마음에 든 장난감을 꼭 갖고 싶다는 어린아이의 맹렬한 눈빛에 가깝다고나 할까? “당신, 누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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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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