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사육제

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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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것은 있지만 나오는 것은 없는 성도(聖都) 다마스커스. 성스러운 도시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신에게 바쳐질 오로지 ‘완벽한 것’. “성도에 선택받았다고? 시종으로?” 성도에 끌려간 동생을 찾기 위해 신관의 시종으로 남장한 스칼렛. 그녀는 이 완벽한 낙원과 어울리지 않는 폐허 속에서 버러진 신관과 마주한다. 바로, 눈이 보이지 않아 깜깜한 세상에 홀로 갇혀 있는 신이한 남자. “네가, 나를 이리 달콤한 교접으로…… 타락시켰으니까.” 그녀의 피를 달게 마시는 굶주린 짐승 같은 아름다운 남자. 혹은 인간의 탈을 쓴 이름 없는 고결한 ‘무언가’. “이제는 네가, 나의 주인이란다.” 눈앞의 남자는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과연 스칼렛은 동생을 되찾고 무사히 비밀스러운 도시를 빠져나올 수 있을까. * * * 이 사람이…… 나의 주인. 남자의 눈은 붉은 실로 성기게 꿰맨 것처럼, 상처 자국이 끔찍하게 난도질 되어 눈을 뜰 수 없었다. 두렵고도 아름다운 남자에게 넋을 잃을 뻔한 스칼렛은 다가오는 남자의 손길에 몸을 떨었다. “……아직 길이 덜 들여졌구나.” “흐읏…… 읍.” 마치 서투른 강아지를 타이르듯, 남자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입을 연신 맞추었다. 잠시만. 이래도 되는 건가? 신관은, 신관은……. “암컷이라 그런가?” 남자의 알 수 없는 의도에 스칼렛은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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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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