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여름과 고양이

김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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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아빠는 사라졌고 나는 낯선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스물여덟, 정말이지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때마침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인 침실 바로 밑이 내 방인 걸 알면서도 매일 여자를 데려와서 뒹군단 말이지. 생각해 보니까 일부러 나 엿 먹으라고 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얼음이 든 바스켓을 질질 끌고 2층으로 올라 방문을 벌컥 열었다. “오빠! 내가 집에 여자 데리고 오지 말랬지!” 어두운 방 안에는 예상했던 대로 두 사람이 엉켜 있었다. 둘 다 대강 반쯤 헐벗고 있던 것 같았지만 잔뜩 분노한 층간 소음 피해자의 눈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 그대로 침실 중간까지 대차게 걸어 들어가는데, 잠깐. 생각해 보니 저 여자는 무슨 죄야? 물론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죄라면 죄겠지만 그게 섹스하려다가 물벼락까지 맞을 죄인가? 결국은 손을 멈췄다. “오 초 드립니다. 여자분은 비키세요.” 잠시 굳어 있던 여자는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나는 그 길로 침대에 누워 있던 다른 누군가를 향해 시원하게 얼음물을 쏟아 버렸다. 계절에 맞지 않게 서늘하다고 생각되던 날씨였다. 하지만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향하는 길에서 문득 깨달았다. 약간 덥네. 한재민의 침대 위에 있던 얼음 조각들은 모두 녹아내렸을 것이다. 우습게도 그와 나의 열을 식히려 했던 그 날부터 비로소 여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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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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