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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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전쟁 때문이었다. 디안나는 더 이상 살아남을 용기도, 살고 싶지도 않았지만 어머니가 당신의 죽음을 바치면서까지 살리려고 했던 다섯 살짜리 남동생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실낱과 같은 희망은 남매를 스치고 지나간 화살에 꽂혀 산산이 조각났다. “사, 살려주세요!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국의 병사들을 주, 죽인 적도 없어요. 그저 제발 못 본 척 목숨만 살려주시면……, 조용하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두 가지였다.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치거나, 잡히면 목숨을 구걸하는 것……. 피레타 제국의 용병단의 대장, 엘던은 디안나의 마지막 발악에 흥미로운 듯 이를 승낙하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자의 절박함과 애원이 섞인, 눈물 젖은 눈이 싫지 않았다. “무용한 것은 질색이라.” 투구 너머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가 황홀하다고 생각할 때, 손을 쓸 새도 없이 눈을 깜박이는 시간만큼이나 빠른 몸놀림으로 엘던이 디안나의 남동생을 살해하였다……. * “나가고 싶어요……. 도망치고 싶어요.” 디안나는 더 이상 절망을 떠안을 자신이 없었기에, 자신을 기만하고 종국에는 포기했던 소원을, 죽은 남동생과 다갈색 눈동자가 퍽 닮았다고 생각한 남자, 앨버트에게 아주 작게 속삭였다.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가자.” 그러자 앨버트는 제국에서 동떨어져, 워낙 폐쇄적인 탓에 그 어느 세력도 탐내지 않은 대륙의 시선 밖에 있는 나라를 이야기했다. 아무도 모르고, 디안나조차 모르는 곳. 밤마다 찾아오는 다른 이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 그리고, 엘던이 없는 곳……. “네, 좋아요…….” 일어날 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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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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