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사과 주스

루하랑

311

#학원물 #소꿉친구 #짝사랑물 #일상물 #삽질물 #첫사랑 #미남공 #다정공 #사랑꾼공 #집착공 #미남수 #귀염수 #삽질수 #상처수 #집착수 “빨개서 예쁘잖아. 사과처럼.” 해인은 형제처럼 자란 소꿉친구 시운을 몰래 짝사랑한다. 잘생기고 다정해서 인기가 많은 시운은 사귀는 여자애에 따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는 특이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해인은 시운에게 여자 친구가 생겨도 그것이 연애 감정이 아니라는 것과, 언제나 자신을 최우선시해 준다는 이유로 겨우 참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인은 시운이 사과를 닮은 아이를 짝사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운이 여태 가벼운 마음으로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았던 해인은 시운의 첫사랑에 갈피를 못 잡고 힘들어하는데……. * * * 본문 중 * * * 뒤통수를 살살 건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해인은 이를 악물었다가 힘을 푼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우시운이 연한 미소를 띤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는 손끝이 두피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심장의 겉 표면이 잘게 떨리는 기분이었다. 누군가 심장이 어디에 있고, 크기가 얼마만 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장 대답해 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설렌다면 들뜨는 게 정상일 텐데, 해인의 기분은 오히려 더욱 가라앉았다. ‘왜.’ 우시운 몰래 마른침을 삼킨 뒤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물었다. 대체 뭐가 웃긴지 우시운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공부 안 돼?’ 우시운이 똑같이 입술만 움직였다. 해인은 입 모양을 정확하게 만드느라 평소보다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붉은 기가 약하게 도는 입술을 멍하니 쳐다봤다. 예뻤다. 시커먼 고등학생에게 예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별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우시운은 잘생겼다. 너무 잘생겨서, 그냥 예뻐 보였다. 웃을 때 반달 모양으로 살짝 접히는 눈이나, 키는 얼마 차이 나지 않는데도 반 마디 가까이 더 큰 손, 날렵하지만 약간 각진 턱 선도 다 예뻤다. (·····중략·····) [짝사랑?]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에 없었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획을 새길 때마다 가슴에 생채기가 나는 기분이었다. 우시운은 고작 세 자밖에 되지 않는 글을 한참 내려다봤다. 해인은 길게 늘어진 속눈썹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내심 우시운이 부정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시운은 해인이 꾹꾹 눌러 쓴 글자를 보며 살포시 웃었다. 긍정을 담은 미소에 심장이 쩍쩍 갈라지는 것만 같았다. 전에 본 적 없는 따스하고 예쁜 웃음이었다. 저를 보고 저렇게 웃어 준다면 뭐든 다 해 줄 수 있었지만, 결코 저를 향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예쁘냐?] [엄청] 우시운의 손등 너머로 드러난 글자에 해인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눈만 깜박였다. 구석에 쓰느라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주인을 닮아 정갈한 글씨체였다. 해인은 다시 그 아래의 빈 공간에 샤프를 가져다 댔지만 그 어떤 글자도 쓸 수 없었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