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너는, 유실물

H.올가

2,599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우성 기업이 키운 두 남자, 무결과 한결. 무결은 태어날 때부터 우성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할 후계자였고, 한결은 평생 우성에게 후원받아 자란 은혜를 갚아야 할 채무자였다. 모든 것을 가졌기에 당연히 한결 역시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무결. 어느 순간 그 당연함에 점차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한결은 우성에서 받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져버린다. 한결의 첫 일탈은 아슬아슬하게 넘치기 직전이었던 두 사람 사이의 균형을 깨어버린다. 무결 역시 자신이 주운 ‘유실물’이었던 한결이 저를 떠난 후에야 그를 향한 갈증과 마르지 않던 소유욕이 욕정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 “난 말이야, 항상 궁금했어. 이무결.” 이무결이 뭔가 홀린 듯 한결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이젠 너도 아파야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왜 넌 날 견디는 걸까.” 보통 친구라면 서로 갈구기도 하고, 티격태격하기도 하는데. 왜 넌 항상 내게는 한 발 물러서며 어울리지도 않을 배려, 라는 것을 하는지. 천하의 이무결이. “그러다 알았지.” “……뭘?” 한결의 입에서 나온 음성은 가장 깊고 어두운 심연에서 나온 듯 무겁고 또 꽤 슬펐다. “너는 내가 불쌍한 거야.” 그래서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었던 거고. 너는 32살이나 처먹고도 친구 타령이나 하는 내가 우스울 테지만. 한결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무결의 얼굴을 보며 제가 받은 말의 의미를 반추했다. 결코 보답 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한결은 20년이란 세월 동안 열망했다. 후원자와 후원을 받는 대상이 아닌, 서로 어깨를 겨누고 당당하게 마주 볼 수 있는 그런 관계를.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상사 욕도 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잠이 들어도 괘념치 않을 사이를. 이제야 한결은 그런 날이 어쩌면 올지도 모른다는 허튼 기대를 접기로 했다. “이무결. 소꿉장난은 이제 이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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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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