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로스트 크리스마스

안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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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으로 내려오는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손에 진땀이 날 정도로 무척 긴장되었다. 소언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고목나무에 달라붙은 매미처럼 자신에게 매달리다시피 한 소언의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심장을 건드려 심장 박동의 데시벨 수치가 점점 높아져 갔다. 그러니 매우 스릴 있었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실제로 미끄럼을 타는 것처럼 넘어진다면? 의도치 않은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했다. 완이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비명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동시에 소언의 몸이 뒤로 젖혀지는 걸 본 완은 잽싸게 소언의 몸을 안고 돌렸다. “앗!” 그대로 두 사람의 몸이 아래로 주욱 미끄러져 내려갔다. “으하하하.” 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 소언이 웃음을 터트렸다. “소언 씨 왜 웃어요?” “재밌잖아요. 실내 미끄럼틀 치고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 같아요. 또 타고 싶다.” 소언이 좋아하는 모습에 완도 호탕하게 웃으며 물었다. “한 번 더 탈래요?” “네.” 아이처럼 좋아하는 소언을 보는 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만든 미끄럼틀이 대히트를 친 것 같아 무척 흐뭇했다. “자, 내 손 잡고 놓치지 말아요.” “네.” 완은 소언의 손을 잡은 채 2층으로 올라갔다. 그도 덩달아 신이 났다. 어른이 되어서는 타 볼 수 없는 놀이. 그것도 소언과 함께 해 볼 수 있으니 기분이 사뭇 달랐다. “앉아 봐요.” 소언이 바닥에 앉자 완은 소언의 뒤로 가 자신 역시 앉으며 소언을 안았다. “내려갑니다. 출발!” “자, 잠깐만요.” 소언이 다급하게 외쳤다. “왜요 소언 씨?” “못하겠어요.” 겁에 질린 듯한 소언의 목소리에 밴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때의 사고가 떠오른 게 분명했다. 그런 소언이 안쓰러워 완은 소언을 더 꽉 안으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소언 씨, 어린 시절에 미끄럼틀을 처음 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하루 종일 타던 그 기분을 머릿속에서 꺼내어서 마음껏 소리 질러 봐요. 나를 믿고요.” 소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출발! 야호!” 소언이 망설이지 않게 완은 소언이 고개를 끄덕거림과 동시에 출발해 버렸다. “으아악! 하하하. 야……호!” 소언의 웃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끝나 버린 미끄럼 타기였지만 완은 소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예뻤다. 예쁜 입술에 입 맞추고 싶었다. 그러나 곧 그 생각을 털어 내었다. “한 번 더 타요.” 그때의 그 기억을 말끔히 씻어 내 버린 것일까. 신이 난 목소리로 더 타고 싶다는 소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럽시다, 까짓것.” 지금 소언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마냥 신이 난 어린아이 같았다. 완은 그런 소언을 지그시 바라보며 뒤에서 꽈악 안았다. “내려간다.” 한 발로 바닥을 치며 출발했다. 짧은 거리이긴 했지만 내려오는 속도감이 더해져 짜릿함이 절로 샘솟았다. 그건 소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신나서 아이처럼 마구 소리를 질러댔으니까. 그런 소언을 보며 완의 웃음보도 터졌다. 집 안 가득 두 사람의 웃음이 퍼져 나감과 동시에 바닥에 닿으려는 찰나, 두 사람의 몸이 엉켰다. “앗!” 순간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멎었다. 거칠게 숨을 내쉬느라 두 사람의 맞닿은 가슴만이 들썩거렸다. 완은 숨을 가다듬으며 소언을 응시했다. 분명 소언의 눈도 그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완의 눈길이 소언의 입술로 향했다. 아무리 눈을 돌리려고 해도 소언을 원하는 마음이 거두어지지 않았다. 완의 머리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닿고만 싶은 욕망이 그득한 입술로 입술에 살포시 닿았다. “읍!” 경직된 입술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소언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완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속으로 읊조리며 입술만 댄 채 소언을 느꼈다. 완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소언의 심장 박동 소리가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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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인한 구속
2 너, 내 사람이 되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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