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범이 우는 밤

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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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병이 나으려면 기를 채워야 해. 그것도 아주 강한 기운으로.’ 알 수 없는 병으로 온몸에 흉이 생긴 모란. 그녀는 마지막 방법을 좇아 죽기를 각오하고 산의 결계를 넘는다. 그곳에서 만난 갑악산의 산군, 은범에게 상처를 없애 달라는 간절한 청을 올리는데. “청을 들어주십시오. 들어주지 않으시려거든 차라리 죽이십시오. 기꺼이 죽겠나이다.” 수호자라던 산군에게 가졌던 희망도 잠시, 무자비한 거절의 말만 돌아왔다. “범에게 죽으면 어찌 되는지 아느냐? 네 몸은 갈기갈기 찢기고, 네 원혼은 구천을 헤매게 될 것이다. 그래도 죽겠느냐?” 어차피 지아비에게도 버림받은 몸. 모란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산군께서 청을 거절하신다면 제가 갈 곳은 하나뿐입니다.” 체념하듯 미소 지은 모란은 벼랑 아래로 몸을 던졌다. * * * “기를 채워 달라더니, 이제는 필요가 없어졌느냐.” 인간으로 변한 산군, 천효가 모란의 몸 곳곳으로 입술을 내리며 물었다. “흣……!” 제 몸을 더듬는 남자의 손길이 너무 아찔하여 모란은 정신을 놓칠 것만 같았다. 모란은 치마 속으로 파고드는 천효의 손을 급히 잡았다. “나리, 잠, 잠시만요. 마, 많이 아플까요?” 아래로 향한 겁먹은 모란의 눈망울에 천효는 풉,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너무…… 커서…….” “그럼, 그만둘까?” 저를 보는 남자의 눈에 떠오른 날 것의 욕망이 낯설 만큼 사나웠다. “너는 좋겠다. 그럴 여유가 있어서. 한데, 난 아니거든.” 그 말을 끝으로, 열락의 밤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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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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