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그대에게 경애를

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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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미하엘의 친위대에 사람이 한 명 부족하다고 하더군. 경이 그 중책을 맡아 주지 않겠나?” 창관에서 나고 자란 평민 출신 기사 아렌트. 길었던 서부 전쟁을 끝내고 수도로 돌아온 그의 앞에 오랜 짝사랑 상대인 미하엘 대공이 나타난다. 친위 기사가 되어 미하엘의 곁을 호위하게 된 아렌트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비천한 출신과 숨기고 싶은 과거 때문에 감히 욕심조차 내보지 못한 사람.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 그러나 어째서인지 미하엘은 다정한 행동들로 아렌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친위대 자리를 받아들이는 걸 보고 적어도 날 싫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전하를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연모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 말을 꿀꺽 삼켰다. 애초부터 그런 말로 미하엘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속으로라도 한 번쯤 내뱉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렌트는 천천히 남은 홍차를 마셨다.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마쳤다.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호오(好惡)가 아니라 평이 아닌가.” “어느 쪽이냐고 물으신다면, 좋아합니다.” *** 아렌트는 손목을 잡아끌어서 제 손에 깍지를 꼈다. 꽉 쥐어 서로 맞닿은 손바닥에서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 젖은 눈동자가 미하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제게 남은 한 줌의 용기를 그러모아 입을 열었다. “계속…… 계속하면 안 될까요?” 금색 가면 아래의 눈동자가 덜컹, 내려앉았다. 아랫배가 뜨거워지고 불꽃이 튀듯 피어난 욕정이 삽시간에 번져 나갔다. 그는 바싹 마른 입안을 혀로 훑어 내렸다. 아렌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미하엘은 소리 없이 입술을 올려 웃었다.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사랑스러운 아렌트. 나의 기사. 그는 성마른 손길로 아렌트의 가슴골 위를 쓸어내렸다. 아렌트가 눈가를 움찔거렸다. 미하엘은 몸을 숙여 가슴팍에 쪽, 쪽 입을 맞추면서 아래를 천천히 움직였다. 젖지 않은 내벽이 버겁게 그의 움직임을 따라왔다. 아렌트는 희미한 고통에 파들거리면서도 끝내 싫다는 말을 내지 않았다. “으, 하윽.” 아렌트는 눈을 꼭 감았다. 가지런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미하엘은 그의 귓바퀴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긴장으로 굳어 버린 몸을 끌어안고 살살 달래 가며 성기를 다시 한번 밀어 넣었다. 뿌리 끝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그의 것에 아렌트가 움찔, 몸을 떨었다. “하아…… 눈, 감지 말아요.” 미하엘이 그의 뺨을 만지며 말했다. 지금 그를 안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게 하고 싶었다. 과거의 악몽이 다시 그를 삼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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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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