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첩실

이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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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상열지사를 모르는 고작 열 살 이건이 자는 방에 열두 살 연설이 몰래 숨어들어 동침한 사건이 일어났다. ‘코흘리개 주제에, 뭐? 첩실? 이게 죽을라고!’ 이 와중에 주먹을 들먹이는 송연설이 왜 이리도 귀여운 건지. 그러나 사랑방 어르신들 사이에서 흘러가는 상황은 결코 귀엽지가 않았다. “이 사람의 호의를 그토록 모독을 하시다니오. 첩실이라니! 저 아이는 이 사람의 여식입니다. 첩실이 가당키나 한 일이랍디까!” 그렇게 혼사를 조율하던 사랑방의 담화는 대제학의 서슬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제 여식을 두고 첩실 운운했던 것에 치욕감을 느낀 대제학은 건의 아버지를 역모로 몰아 그 치욕을 갚으려다 오히려 왕실을 모해한 역모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오직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 위해 무수리로 입궁한 그녀, 송연설. 아버지의 유지 때문인지 그날의 그 무엇도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어둠, 온도, 냄새까지도 오롯이. 아버지가 울컥 토했던 피비린내는 특히. ‘죽일 것이다. 네놈을 죽여서, 절명한 내 아버지처럼 네놈도 기어이 피를 토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감각을 상실한 옥체는 복사꽃 향기로 그녀임을 알아챈다. “너의 향기 이외에는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러니 곁에 있어라.” 먼 길을 돌고 돌아 그녀는 또다시 첩실의 운명 앞에 놓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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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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