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너라는 절정

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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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겁먹은 눈으로 센 척 당돌하게 대답하는 해라를 휘건이 뚫어지라 직시했다. 마치 아귀의 입처럼 저를 단숨에 집어삼킬 듯한 그 눈빛에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해라는 가까스로 피하지 않았다. “예상을 자꾸 빗나가네요.” “…….” “당신이.” 그의 입꼬리가 호를 그리듯 말아 올라갔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저 미소가 왜 이리도 불길한 건지. 해라의 다갈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날 보자마자 도망칠 줄 알았거든.” 우아하게 꼬아 올린 다리 위로 두 손을 맞잡아 올린 그가 해라를 직시했다. 마치 덫에 걸린 노루처럼 겁에 질린 눈빛을 한 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때처럼.” *** 새장 안에 있는 여자는 짐승 같은 남자들의 성욕을 채우기에 좋은 먹잇감이었다.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목구비는 양귀비 같은 아름다움을 지녔고, 특히나 호수같이 깊고 아득한 저 눈동자는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할 만큼 고혹적이었다. 새하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을 때도 그 미모가 쉽사리 가시지 않던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가슴골과 매끄러운 다리를 훤히 드러낸 채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눈으로 새장에 갇혀 있으니, 그 유혹적인 모습에 어느 누가 탐내지 않을 수 있을까. 쇼 타임이 시작되자,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짐승들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여자와의 하룻밤을 차지하기 위해 제 재력을 과시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휘건은 이유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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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신을 보는 남자
2 환각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