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서란기(曙蘭記)

빛날콩

0

여자도 황제가 될 수 있는 나라, 예온. 황제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 오롯이 그 하나만을 보며 공주로서의 삶을 포기했다. ​ “나, 예온국의 서란! 죽음을 두려워 않고 너희와 함께하겠다!” ​ 자수바늘 대신 커다란 창을 들고, 꽃신 대신 가죽신을 신었다. 조그만 동물들을 키우기보단, 호랑이를 잡아 황제의 앞에 대령했고. 저의 삶은 오롯이 하나, 후계자가 되어 황제가 되는 것만이 목표였건만. ​ “후계자 책봉에 관한 문제는 조정 대신들과 논의해야 하니, 당장은 답해 줄 수 없다.” ​ 황제는 유목 민족까지 토벌하고 온 란에게 답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 그녀를 지지하는 귀족들마저 의견이 분분해지고, 란의 마음은 소란스러워지는데. 그런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내가 나타났다. ​ “공주마마께 인사드립니다. 윤소 장군님의 직속 부대에 있는 보병, 홍로라고 하옵니다.” ​ 뭉흐첵의 군사 절반 가까이를 토벌한 장수의 귀감. 그러나 그녀와 악연으로 연이 깊은 병부상서의 양아들. 하지만 이상하다. 자꾸만 그에게 끌리고 있다. 이유도 모르는 채, 그를 곁에 두고 싶어졌다. ​ “공주마마와 대련을 하고 싶습니다. 직접, 지도해 주시지요.” ​ 서란의 인생에 홍로의 존재가 파란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 * * ​ “네가 누구의 아들이라도 괜찮아.” ​ 이어지는 한마디에 홍로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아, 짧게 터지는 숨을 간신히 삼켜 내고 입술을 잘게 짓씹었다. ​ “그리고 네가, 누구라도 나는 괜찮아.” “…….” “그러니 지금은, 나의 마음을 네가 알았고. 네 마음을 내가 알았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싶구나.” “…….” “세간에서는 이 감정을 그리 부른다지.” ​ 란의 말에 홍로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제 뺨을 만지는 손바닥 위로 입술을 맞대고 떨어트리고, 다시 진하게 맞대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연정이지요.” ​ 비록 눈앞에 커다란 산이 놓인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천수의 사쿠나히메 아트웍스
2 세계 최강의 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