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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폴링

하지연

501

영하 10도의 칼바람이 불었던 그해 겨울. 실패한 대입, 미쳐 버린 어머니, 낯선 여자를 안은 아버지. 하연은 혹한기의 정점에 있었다. 친구와 동행했던 공연장에서 만난 남자, 준. 위태로워 보이는 그가 마이크만이 이 세상의 유일한 구원인 양 지탱하고 서 있었다. “공연은 대체 왜 보러 오는 거야? 음악도 모르면서.” “멸시당하고 싶어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따끔거렸다. 그럼 아픈 것이 잊혔다. 그가 무시하는 눈길로 쳐다보는 것이 좋았다. 쥐어박듯 내려다보는 것도 편안했다. 그날 밤 그의 집으로 갔다. 준의 키스는 놀랄 만큼 뜨거웠다. 어느새 하연은 그의 입술을 뜨겁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만하자. 너 잃고 싶지 않아.” 마지막으로 만나던 날. 그는 하연이 알고 있는 전화번호를 전부 바꾸었다. 하연이 대학에 합격한 이후 두 사람은 온전히 멀어졌다. 그다음 해 그가 데뷔했다.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한 건 6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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