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뱀을 삼킨 소년

콜라젤리

2,047

“오메가,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너 좆물받이 하러 가는 거야.” 희게 빛나는 목덜미의 뱀 문신, 처음 맡는 우성 알파의 냄새. 아버지의 도박 빚 때문에 원양어선에 팔려갔던 해인은 사륜회의 이사 권이혁에게 잡혀와 조폭들의 비품으로 돌려지게 된다. “씨발 내가 저번에 이 새끼 이렇게 한 번 안았더니, 이사님이 자기가 박을 거라고 뺏어 가시데? 와, 나 서운해 가지고.” 사륜회에서의 취급은 배 위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해인을 지옥에 처박은 남자가 자꾸 친절하게 구는 것만 빼면. “다른 새끼들이 너랑 잤다는 사실이 짜증 나.” “하아, 이, 사님, 아… 숨, 막혀요… 흐읏….” “이상하게 네가 여기서 더 불행해지면 나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어.” 동정심으로 시작된 온기는 달갑지 않은 폭력이었으나 그를 견디다 못한 해인은 속절없이 이혁을 사랑하게 되고 마는데…. “너랑 나랑, 확 도망가 버릴까.” 조직에 일생을 바쳐온 남자와 애정에 굶주려 있던 소년. 세상의 바깥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하는 느와르 로맨스. * “프랑스에서는 이 시간대 즈음을 개와 늑대의 실루엣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대요.” “들어 봤어.” 해인의 차분한 목소리가 듣기 좋게 귀를 울렸다. 녀석 답지 않게 뜬구름 잡는 표현이었지만, 눈앞을 온통 물들이는 황혼과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돗자리에 단정히 앉은 녀석의 무릎을 베고 벌렁 누워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손을 내어 유려하게 떨어지는 턱선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나는 개로 보여, 늑대로 보여?” 장난스레 물으며 해인의 목선을, 쇄골을, 턱선을 만졌다. 곧이어 이혁의 손가락이 해인의 입술에 닿자, 예쁜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제 눈에 이사님은….” 옅은 소년의 향기가 강바람처럼 잔잔하게 이혁의 코를 스치고 지나갔다. “…황혼으로 보입니다.” 평온한 목소리와 함께 화답하듯 따뜻한 손이 천천히 내려와 이혁의 이마를 덮었다. 얼굴 위에 뭉근히 온기가 퍼졌다. “이사님이 온통 붉어서… 아무것도 구별을 못 하겠어요.” 쑥스러운 목소리가 가만가만 귓가를 덮었다. 사랑에 빠진 풋내기의 고백이 지나치게 미숙해서, 폭력적으로 솔직해서, 이혁은 누운 채 가만히 해인을 올려다보았다. 붉은빛이 타오르는 하늘이 그대로 해인의 눈 안에 있었다. 더 이상 저를 울렁이게 하는 해인의 저 눈빛이 두렵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그저 오롯이 저 안에 저를 담고 싶었다. 오직 자신만을, 담고 싶었다. 황혼에도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타오르는 하늘을 함께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빌 텐데.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나날 동안 함께 볼 수 있기를. “개든 늑대든, 너한텐 뭐든 돼 줄게.” 낮고 거친 목소리가 나왔다. 소년의 앞에서는 고해성사를 하듯 때때로 지나치게 솔직해진다. 소년의 표현법을 어느새 따라하고 있다는 것을 이혁은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구별하지 말고 그냥 거기 그대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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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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