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팰리드 라이(Pallid Lie)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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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려 첫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는 힐데브란트, 저주에 걸려 첫사랑을 말하지 못하는 프란츠. 둘은 마법사의 성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엇갈린 채 십 년간 만나지 못한다. “가짜 주제에 아양 떨지 마.” 「죽이지 마세요」 힐데브란트는 지금껏 만난 가짜 프란츠들 탓에 진짜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다시 만난 프란츠에 대한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 프란츠는 제 목숨을 손에 쥔 힐데브란트에게서 벗어나려 하면서도 곁에 머물고 싶은 욕심을 참을 수 없는데. *** 힐데브란트는 손끝에 닿은 마법진보다는 프란츠의 젖은 입 안의 조금 높은 체온, 제 손가락 위에서 느껴지는 혀와 입 안의 붉은 점막,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얇은 입술, 생리적 자극 탓에 눈물이 맺힌 눈꼬리 탓에 정신이 몽롱했다. 제대로 마법진을 알려 주려고 했던 프란츠의 의도와 달리, 힐데브란트는 오히려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눅눅하게 변해 버린 첫사랑 프란츠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는지. 힐데브란트의 욕망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게, 프란츠의 입 안에서 녹아 버렸다. 그대로 쓰러트려서, 프란츠의 입술에 고작 엄지가 아니라 자신의 입술을, 혀를, 숨을 토해 내는 상상을 하며 힐데브란트는 제 얼굴을 붉혔다. “그만.” 힐데브란트는 자신과 프란츠에게 명령했다. 프란츠는 마법진이 새겨진 혀를 움직이는 걸 멈췄고, 힐데브란트는 프란츠를 두고 한 질척한 상상을 끊어냈다. 프란츠의 입술에서 빼낸 엄지 끝에 투명하고 끈적이는 실선이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힐데브란트는 젖은 엄지를 제 입 안에 넣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대신 엄지를 프란츠의 뺨에 문질렀다. 힐데브란트는 이 모든 이유를 가짜 프란츠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비열한 자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가짜 주제에 아양 떨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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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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