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배덕한 애증

니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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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본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신이 에스테반 대공의 아내였던 것도 제 전속 시녀 에밀리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을 뿐이다. 남편인 에스테반 헬리오스. 그는 앙겔 제국의 북부를 다스리며, 4대 공작가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지. *** 그의 몸에서 퍼진 피로 욕조 안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에게선 짙은 피 냄새가 느껴졌다. 무자비한 짐승의 향기였다. “흡……. 흐윽.” 비비안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욕실에 흐르는 이 무거운 분위기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모든 기억이 돌아오자, 더 이상 전과 같은 기분으로 있을 수 없었다. 에스테반 헬리오스는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감당할 수 없는 공포가 제 몸을 휘감아 왔다. “왜 우는 거지? 더 이상…… 나와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 건가?” “……흡, 흐읍.” “미안하다. 아까의 일이 당신을 두렵게 만들었다면 사과하지. 그래, 너무 과한 처사였어. 하지만 그자가 당신을 데려갔다는 것을 안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어쩔 수 없었어.” “…….”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그가 제게 사죄 따위를 하고 있다. 평상시의 그라면 절대 입에조차 올리지 않을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가 존중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것이 비비안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 또한 남들처럼 똑같이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꽉 끌어안은 그의 숨결이 어깨에 닿았다. “비비안, 난 당신을 놔줄 생각이 없어. 그러니 다시는 나에게서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실수였다. 그의 눈에 띄게 된 것은……. 그는 사람을 헤치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 괴물이니까. 도망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그라는 덫에, 단단히 잘못 걸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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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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