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박야(薄夜)

달여드레

97

망나니 대군을 피해 팔리듯 치러지던 혼롓날. 앞으로도 홀로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린은 결코 만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이를 만난다. "당신의 하나뿐인 여우." "당신의 휘예요." 휘. 그녀가 붙여준 바람 같던 그 이름. 그러나 그 이름처럼 사라졌던 작은 여우는 그녀의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믿을 수 없게도 사람의 모습을 하고. 그녀의 여우는 이제 작지도 않았고, 여우도 아니었다. 그녀를 원하는 어엿한 사내였다. *** 휘는 그녀의 어깨에 깊숙이 고개를 묻었다. 발정기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아마 그녀가 곁에 있기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물은 이미 빳빳하게 고개를 세워 해방을 바라며 옷 안에서 껄떡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가리고 있는 천 따위를 당장이라도 다 찢어버리고 싶었다. 휘는 인내심이란 인내심은 바닥까지 끌어 모아 긴 숨을 내뱉었다. “하아…….” 귓가에 숨이 번졌다. 린은 데일 듯한 열기에 흠칫했다. 정말 고뿔이 맞을까? 이건 마치……. “린.” 열띤 숨에 목소리가 섞였다. 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휘야.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여우는 넘실거리는 욕망을 숨기며 매달리듯 그녀에게 속삭였다. “린. 린이 도와주면 괜찮을 거 같아요.” “……어떻게?” 귓가에서 번지던 숨이 멀어졌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휘는 더없이 기껍게 웃었다. “이렇게요.” 피처럼 붉은 입술이 그녀를 삼켰다. 끝나지 않을 열락을 알리는 입맞춤이었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